트렌드를 따라 입양된 생명, 유행은 지나가도 책임은 남는다
1. 반려견 선택, 감성인가 유행인가?
반려견을 선택할 때 많은 사람들이 ‘이 품종이 요즘 인기라서’라는 이유로 특정 견종을 선호하곤 한다.
인터넷, SNS, 유튜브, 드라마, 영화에서 자주 노출되는 강아지가 단기간에 인기 품종으로 급부상하는 현상은 이제 낯설지 않다.
2020년대 초반에는 ‘비숑 프리제’가 ‘솜사탕 강아지’로 불리며 큰 인기를 끌었고,
최근에는 ‘포메라니안’, ‘푸들’, ‘시바견’, ‘웰시코기’ 등이 인플루언서나
유명인의 반려견으로 주목받으며 트렌드 견종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런 유행 중심의 선택은 단기적인 감정의 흐름에 따라 생명을 입양하게 되는 ‘감정 소비’의 대표적인 사례다.
2. 트렌드로 인한 특정 품종의 급부상과 대량 번식
어떤 품종이 급부상하면, 해당 견종의 수요가 급증하게 된다.
이에 따라 상업적 브리더들은 그 품종의 개체를 집중적으로 번식시켜 공급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무분별한 교배, 유전 질환 방치, 번식견의 복지 미비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포메라니안은 털 빠짐이 적고 작고 귀여운 외모로 인기를 끌지만,
소형견 특유의 슬개골 탈구나 호흡기 문제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문제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 건강검진 없이 무작위 교배가 반복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트렌드 번식’은 유전적 질환을 가진 개체의 수를 증가시킬 뿐 아니라,
반려견의 삶의 질을 현저히 낮출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3. 유행이 지나간 뒤 남는 것: 유기와 방치
트렌드는 짧다. 반려견의 평균 수명이 12~15년임을 고려하면,
사람의 관심은 빠르게 식어도 그 생명은 오랫동안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유행이 지난 품종이 버려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특정 품종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 그 품종의 구조견 수가 증가하고 입양률은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대표적인 예는 비숑 프리제나 요크셔테리어, 말티즈와 같은 예전 인기 품종들이며,
이들은 보호소에 남겨진 비율이 여전히 높다.
이는 유행으로 입양한 반려견이 시간이 지나면서 “관리가 어렵다”, “성격이 기대와 다르다”,
“더 이상 관심이 가지 않는다” 등의 이유로 방치되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준다.
4. 미디어가 형성하는 왜곡된 이미지
TV 예능, 유튜브 콘텐츠, SNS에서는 귀엽고 밝은 반려견의 모습만이 부각된다.
반려견의 단점이나 돌봄의 어려움은 종종 편집되거나 삭제된다.
그 결과, 해당 견종에 대한 기대치는 실제보다 과도하게 높아지고, 보호자가 느끼는 현실적 괴리는 커지게 된다.
예컨대 시바견은 귀여운 외모로 인해 주목받지만,
실제로는 고집이 강하고 독립적인 성격 때문에 초보 보호자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품종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SNS에서는 시바견의 귀엽고 장난기 많은 모습만 노출되어,
단면적인 정보에 기반한 입양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5. 반려견은 패션이 아닌 생명이다
반려견을 유행처럼 선택하고 바꾸는 문화는 결국 생명을 ‘소비재’로 다루는 행위다.
이러한 소비 중심 문화는 보호자의 책임 의식 결여로 이어지며,
반려동물 산업 전반에도 윤리적 악영향을 끼친다. 한 생명이 유행을 따라 입양되고, 버려지는 구조가 반복된다면,
반려문화의 성숙은 불가능하다.
진정한 반려는 외모나 유행이 아니라, 보호자와 반려견 간의 성향, 생활패턴, 여건의 조화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품종에 따라 돌봄의 난이도나 건강관리 수준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신중한 선택이 반드시 필요하다.
6. 유행보다 중요한 ‘맞춤형 입양’ 문화의 정착
이제는 유행에 따라 반려견을 고르는 문화에서 벗어나,
보호자의 성향, 생활패턴, 활동 수준, 돌봄 시간 등을 기준으로 한 ‘맞춤 입양’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유기견 보호소, 동물 보호 단체, 반려견 전문가들은
모두 “반려견은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파트너”라는 관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SNS나 콘텐츠 플랫폼에서는 품종에 대한
장점뿐 아니라 단점과 관리법을 함께 소개하는 균형 있는 콘텐츠가 증가할 필요가 있으며,
보호자 교육 역시 필수적으로 병행돼야 한다.
결론: 트렌드는 사라져도, 생명은 계속 살아간다
반려견 선택은 유행을 쫓는 일이 아닌, 생명을 책임지는 선택이어야 한다.
사랑받던 품종이 몇 년 뒤 유기동물 보호소에 넘쳐나는 현실을 바꾸려면, 보호자의 인식 변화가 필수적이다.
더 이상 반려견이 ‘유행하는 소품’이 아니라, 함께 인생을 나눌 가족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
생명은 한번 입양하면 끝까지 책임져야 할 존재다. 트렌드는 사라지지만, 그 생명은 끝까지 살아간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